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라이벌 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축구계의 유명한 속설이다.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IEFA) 챔피언스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페인 코파 델 레이를 통한 4연전으로 세계 축구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를 통해 이 속설을 잘 느낄 수 있었다. K리그에도 유명한 라이벌 전이 있다. K리그 최고 더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남 일화와 수원 블루윙즈의 ‘마계대전(馬契大戰)’이다. K리그 최다 우승 1,2위 팀으로 전통과 실력이 있으면서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2011년 마계대전 첫 경기의 막이 오른다. 성남 일화는 오후 2시 1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0라운드 수원과의 홈경기를 갖는다. 성남의 목표는 당연히 승리다.
마계대전 히스토리
성남은 K리그에서 7차례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도 3회 있었다. 수원도 K리그에서 4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리그 준우승은 2회다. 성남은 수원과의 역대 전적에서 17승 17무 21패(74득점 84실점)로 뒤져있다. 하지만 마계대전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전적에서는 7승 4무 6패로 성남이 근소하게 앞서 있다.
마계대전의 서곡은 2005년 리그컵이었다. 수원은 마지막 1경기를 남겨놓고 1위에 올라있었으나 울산 현대에 승점 2차로 쫓겼다. 마지막 경기에서 패할 경우 우승을 놓칠 수 있었다. 그 마지막 상대가 성남이었다. 성남은 수원의 발목을 잡고자 했으나 2005년 5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수원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그 아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성남은 1년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을 만나 통쾌하게 설욕했다. 성남은 정규리그 두 차례 맞대결에서 수원에 0-1, 0-3으로 연패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성용, 두두, 모따, 이따마르 등의 활약에 힘입어 1,2차전 승리를 모두 거머쥐며 K리그 7번째 별을 가슴에 새겼다. 수원은 중앙 수비수 4명을 수비진에 배치하는 등 수비 강화에 힘썼으나 성남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성남과 수원이 우승 길목에서 다시 만난 건 2009년 FA컵 결승에서였다. 2009년 11월 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는데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수원이 우승을 했다. 성남은 전반 26분 라돈치치의 선제 득점으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42분 에두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신태용 감독 부임 첫 해 K리그와 FA컵, 2관왕을 노렸던 성남의 꿈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침통한 표정 속에 고개를 숙였던 선수들은 1년 후 노란색 유니폼에서 파란색 유니폼으로 바뀌었다. 성남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수원과 격돌했다. 2010년 9월 1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성남은 라돈치치(2골), 몰리나, 양상민의 자책골을 묶어 4-1의 대승을 거뒀다. 성남의 초반 공세에 수원 수비는 크게 흔들리더니 와르르 무너졌다. 일주일 후 치른 2차전에서는 성남이 0-2로 패했으나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준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기세를 탄 성남은 알 샤밥, 조바한을 연이어 격파하며 2010년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태용 감독과 윤성효 감독의 지략 대결은 지난해 9월에 몰렸고 1승 1무 1패로 팽팽했다. 그러나 성남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K리그 4위에 오른 것과 달리 수원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에 K리그 챔피언십 진출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9월 세 차례 맞대결을 기점으로 두 팀의 희비가 명확하게 가려진 것이다. 성남은 웃고 수원은 울었다.
성남의 수비 개편 ? 사샤, 젊은 피들을 이끌다
올해 시즌을 앞둔 신태용 감독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수비였다. 라돈치치의 부상과 몰리나의 이적으로 공격력이 약화되기도 했으나 정성룡, 조병국, 전광진, 김철호, 고재성의 이탈로 성남의 자랑이던 수비에 구멍이 생겼다.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있었으나 경험이 많지 않고 조직력도 완전치 않았다. 사샤, 박진포를 축으로 김태윤, 윤영선, 정호정, 홍철, 장석원 등 포백 수비 라인의 얼굴도 자주 바뀌었다. 우려대로 성남은 3월에 치른 4경기에서 매 경기 실점하는 등 7골을 허용하며 1무 3패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다 4월 들어 차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은 여러 차례 시험 끝에 최적의 수비 조합을 찾았다. 4월 30일 K리그 경남 전부터 박진포, 정호정, 사샤, 용현진으로 이어지는 포백 수비 라인을 가동했다. 경남 전에서 바람의 영향으로 불운하게 실점한 걸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안정된 수비를 선보였다. 젊은 선수들(세 선수의 평균 나이는 23.3살이고 5월 10일 현재 K리그 통산 출전 기록 합계가 32경기다)을 잘 이끌고 있는 사샤의 공이 컸다. 5월 5일 리그컵 대구 FC 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쳤고 3일 후 강원 FC 전에서는 딱 한 차례만 실수를 했을 뿐이다.
성남이 경기를 치르면서 수비가 안정되는 것과 달리 수원은 최근 뒷문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남 FC 전 1-2 패배 이후 K리그 3연패다. 경남, 상주 상무,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한 3경기에서 5골을 내줬다. 앞선 6경기에서 4골 밖에 내주지 않았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수비진의 실책성 플레이도 눈에 띄게 늘었고 상대의 빠른 역습 플레이에 수비 라인이 무너졌다.
성남의 공격 개편 ? 중심은 홍철
성남은 4월 17일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전 이후 매 경기 골을 넣고 있다. 올해 3골 이상 넣은 경기는 없으나 꾸준하게 골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최근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과 공격진의 마무리 부족으로 대량 득점까지 올리진 못했으나 공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매우 매끄러웠다.
특히 5월 들어 대구, 강원을 상대로 매우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홍철이 있다. 홍철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됐고 자신의 공격 본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올해 골 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홍철의 기록은 이었다.
홍철의 공격 본능은 5월 들어 두드러졌다. 대구 전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고 강원 전에서는 0-1로 뒤진 전반 22분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특히 강원 전에서 에벨톤에게 환상적인 침투 패스를 하는 등 정교하면서 창의적인 패스로 성남 공격을 이끌었다. 조동건, 홍진섭, 에벨톤이 최근 다소 부진을 겪고 있기에 홍철의 활약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다.
성남이 홍철을 중심으로 공격을 개편하면서 잘 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수원은 최근 득점력 추이가 뚝 떨어졌다. 올해 초 최성국, 마르셀, 게인리흐, 베르손 등 공격수들을 대거 영입했으나 K리그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매 경기 2골씩 넣었으나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넣는데 그쳤다. 이제는 1골을 넣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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